종합 논의

다수의 연구들은 시각 단기기억이 주의 선택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결과를 보고해왔다. 본 연구는 일관되지 못한 주장들을 합치시키기 위해 시각 단기기억 부담의 효과를 재현하였고, 주의 선택성이 시각 단기기억 부담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실험 1-3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의 크기가 플랭커 효과를 약화하거나 강화할 것이다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였으나 시각 단기기억의 부담은 주의 선택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실험 4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지각 부담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검사하기 위해 두 부담 유형이 주의 선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였다. 지각 부담 효과의 성공적인 재현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지각 부담과 같은 주의 선택성 강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험 5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다른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진행되었고, 플랭커와 시각 단기기억 자극의 위치가 화면의 좌우에 각각 나뉘어 제시될 경우 부담 수준에 따라 주의 선택성이 저하된다는 새로운 결과를 발견하였다. 일련의 실험들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가리키고 있으며, 특정한 상황에서 두 요인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와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결과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시각 탐색 패러다임을 사용한 여러 연구들은 사각형의 색깔을 기억하는 것이 탐색 효율성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함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연구는 색상을 기억하는 것이 표적을 찾는 것과 같은 자원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두 인지 기재가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시각 탐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위치 정보의 유지는 시각 탐색의 효율성을 저해하였다\cite{Woodman_2001,Woodman_2004,Oh_2004}\citet*{Woodman_2007} 는 시각 작업기억의 내용물이 과제에서 요구되는 표적 처리와 관련이 없을 경우에는 주의 조절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색상을 기억한 상태에서 다음에 제시되는 방해 자극 중 표적을 찾는 탐색 과제를 수행할 경우, 기억한 색상이 방해자극과 겹치더라도 주의를 끌어서 탐색 효율성을 저해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기억한 색상이 표적의 색과 언제나 달랐기 때문이다. 최근 행해진 \citet*{Drew_2015} 의 실험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장기 기억 속에 저장한 표적들 중 하나를 여러 방해 자극 사이에서 찾아야 하는 혼합 탐색(hybrid search)과제의 수행은 시각 작업기억 부담에 의해 그 효율성이 방해 받지 않았다. 탐색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정보의 유지는 표적을 찾는 데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도 플랭커 과제와 전혀 상관 없는 색상 기억이 플랭커 간섭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위 연구들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citet*{Burnham_2014} 의 연구는 좀 더 직접적으로 여러 종류의 작업기억 부담이 방해 정보 처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폈다. 이들은 작업기억의 내용물(시각 작업기억:실험 1a/1b, 공간 작업기억:실험 2, 음운 작업기억:실험 3, 집행 통제 작업기억: 실험 4)에 따라 주의 선택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하였다. 참가자는 각 유형의 작업기억 부담을 지닌 채 녹색 원 중에서 다이아몬드 모양을 찾는 단독자 탐색(singleton search)과제를 수행하였다. 절반의 시행에서 빨간 원 자극이 방해 요인으로 제시되었는데 이 때 발생하는 간섭의 양을 측정하여 각 유형의 작업기억 부담이 간섭의 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하였다. 실험 1a와 1b는 네 개 혹은 두 개의 사각형 색상을 기억한 채 탐색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부담의 수준은 본 연구의 실험 2와 같이 단일 과제인지 이중 과제인지로 조작되었다. 실험 1 결과, \citet*{Zhang_2015} 과 마찬가지로 시각 작업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을 약화시켜 방해자극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패턴이 도출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실험 1a와 1b에서 관찰된 간섭의 양을 비교하였을 때 실험 간(기억해야 할 사각형 개수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실험은 본 연구와 마찬가지로 시각 단기기억 부담의 크기에 따라 주의 선택성이 조절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수화된 부담 이론(Specialized load theory)은 작업기억 부담을 처리하는 자원이 표적 처리 자원과 겹칠 경우에는 간섭이 발생하고, 방해 자극 처리와 겹칠 경우 주의 선택성의 강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citep{Kim_2005,Park_2007}. 본 실험에서 사용된 부담은 시각적인 특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보면 표적 처리와 방해 자극 처리 둘 다와 관련성이 있다. 시각 단기기억 부담은 표적 혹은 방해 자극에만 연관되는 특수화된 부담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적 단기기억 부담의 영향은 특정 자극의 처리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표적과 방해 자극 처리 모두에 동등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표적 처리는 간섭하지 않고 방해 자극 처리에만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들은 특수화된 부담 이론의 입장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는 부담에 의해 방해 자극 처리나 표적 처리가 비대칭적으로 영향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수화된 부담 이론과 상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플랭커 과제의 반응 속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실험 1-2, 5), 시각적 단기기억과 플랭커 과제가 전혀 상호작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색상 정보를 유지하는 것과 문자를 처리하는 시각 정보 처리의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색상: V4, 글자: VWFA) 두 인지 활동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 색상 정보는 시각 경로에서 비교적 일찍 처리되고, 글자 정보는 전체적 처리(configural processing)를 위해 나중에 처리된다\citep*{Behrmann_2013}. 정보 처리 단계의 차이 때문에 두 정보는 상호작용 없이 병렬적으로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citet*{Gil_G_mez_de_Lia_o_2016} 는 유사한 정보 처리를 거치는 듯 보이는 두 과제 간에도 특수화된 부담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citet{Kim_2005} 의 실험 3b를 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들의 실험에서 참가자는 네 사각형의 위치를 기억하거나(실험 1-2), 네 화살표의 방향 정보를 기억한 채(실험 3) 유사 스트룹 간섭 과제(화면에 제시되는 화살표의 방향 정보를 무시한 채 글자 정보에 해당하는 방향을 보고)를 실시하였다. 실험 결과, 방해 자극과 유사한 위치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간섭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위치 정보보다 더 직접적으로 겹치는 화살표 방향 기억 과제도 방해 자극의 처리를 막지 못했다. 본 실험에서 사용된 자극을 살펴볼 경우, 색상 기억 과제는 표적과 방해 자극의 처리 모두와 겹치거나 전혀 겹치지 않기 때문에 특수화된 부담이라고 할 수 없다. 특수화된 부담의 영향도 자극이나 과제에 따라 주의 선택성을 조절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본 연구가 이전의 선행 연구들(Konstantinou et al., 2014; Roper & Vecera, 2014; Zhang & Luck, 2015)에 비해 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플랭커의 위치와 시각 단기기억 자극의 위치가 겹치도록 조작된 실험 5 결과는 \citet{Konstantinou_2014} 가 제안한 모형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각 주의의 자원이 좌시아와 우시아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같은 시각 수용장에 제시된 시각 단기기억 부담은 플랭커 처리를 더 크게 방해해야 했다\cite{Alvarez_2004,Alvarez_2005}. 하지만 플랭커가 제시될 위치에 앞서서 나타난 시각 단기기억 부담은 플랭커 처리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반대편 시야에 제시된 자극의 경우 더 많은 색상을 기억할수록 플랭커 간섭이 커지는 효과를 야기했다. 실험 5의 플랭커와 시각 단기기억 부담 비 중첩 조건 결과는 시각 단기기억의  용량 부담에 의해 주의 선택성이 낮아진다는 \citet*{Zhang_2015} 의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 \citet*{Zhang_2015} 은 유지해야할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간섭의 양은 커질 것이라고 추론하였다. 본 실험에서는 비 중첩 조건이라는 특수한 경우에만 용량 부담에 따라 간섭이 증가함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외의 일반적인 조건(실험 1-3, 실험 5의 중첩 조건)에서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모형이 더 타당했다.
    거의 유사한 설계로 진행된 \citet{Roper_2013,Konstantinou_2014} 의 실험과 \citet*{Zhang_2015} 의 실험이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한 것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의 효과가 일종 오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학계에 만연한 출판 편향(publication error) 때문에 반대되는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현하는 최근 연구들이 출판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citep{Hedges_1984,Ioannidis_2008,Lane_1978,Nelson_2014,Simonsohn_2015}. 만일 선행연구의 결과가 일종 오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를 재현하는 후속 연구들이 뒤따라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citet*{Burnham_2014} 의 실험 1a, b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 크기에 따라 주의 선택성이 조절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확률론적 추론(frequentist inference)에 대한 대안인 베이지안 분석을 실시하였고,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가설이 실험 결과에 의해 지지됨을 확인하였다. 실험 5는 이 결과를 재현하였고, 특정한 경우에는 주의 선택성이 시각 단기기억 부담에 의해 나빠질 수 있다는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였다. 
    추후 실험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과 주의 선택성이 상호작용하는 특수한 상황을 모색하고 그 매커니즘을 밝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험 5에서 시각 단기기억 부담과 주의 선택성이 상호작용을 일으킨 것은 플랭커와 시각 단기기억 자극이 플랭커 과제 화면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나타났을 때이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주의가 할당되는 범위(주의 창, attentional window)의 차이가 다음 과제의 주의 선택성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citet*{Ahmed_2012}b. 실험 1-3과 실험 5의 중첩 조건에서 나타난 화면 상 자극 제시 영역는 실험 5의 비 중첩 조건에 비해 작았다. 자극의 배치가 분산되어 더 넓은 영역의 자극을 처리해야 할 경우에는 간섭의 크기가 증폭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citet*{Zhang_2015} 의 용량 부담 실험의 결과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의 실험에서는 두 개의 사각형을 기억할 때보다 네 개의 사각형을 기억해야 할 때 기억 자극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넓었다. \citet*{Ahmed_2012}b 의 주장에 따르면, 플랭커 과제를 수행할 때의 주의 선택성은 주의 창(attentional window)이 퍼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따라 작업기억 부담에 의해 주의 선택성이 낮아질 경우, 정보를 처리하는 수준이 지역적(local)이기보다 포괄적(global)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citep*{Ahmed2012}a. 실험 5의 비 중첩 조건의 결과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의 효과라기보단, 기억 자극의 제시 위치로 인해 주의 창이 조절되어 주의 선택성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시각 작업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의 크기보단 주의의 할당과 더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최근 연구와도 관련이 있다\citep*{Emrich2017}
    본 연구의 한계점은 여러 화면 구성에서 선행 연구들을 재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험 1-3은 \citet{Konstantinou_2014} 의 실험 1b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그 이유는 해당 실험에서만 자극 들 간 위치 겹침이 없었기 때문에 온전히 시각 단기기억 부담과 주의 선택성 간의 관계를 조사하기 적절하였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연속된 실험에서 화면 설정을 계속 바꾸어가면 결과가 혼재될 수 있고 이를 설명하는 것도 어려워질 우려가 있었다.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다른 화면 구성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의의를 정리하면, 시각 단기기억 부담은 이전 연구들에서 알려진 바와 달리 주의 선택성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실험 환경에서는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 주의 선택성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 원인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이라기 보단 주의 창의 크기에 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설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실험은 시각 단기기억 부담과 주의 선택성 간의 관계를 더 명확히 할 것이다.